나는 이 책을 우연히 발견했다.
도서관 신간 코너 중에서도 청소년 문학과 어린이 문학이 모여있는 곳에 꽂혀있었다.
얇은 동화책 사이에 꽃무늬 표지가 있어 꺼내들었는데 한강작가의 소설이었다.
'이분이 청소년 소설도 쓰셨나?'
하는 마음으로 한장 두장 넘기다가 대여한 후에 읽게 되었다.
책 표지 있던 꽃은 안개꽃이었다.
안개꽃의 꽃말은 죽음, 슬픔, 깨끗한 마음, 약속, 간절한 마음 등등 이라고 한다.
'안개'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도 이 책의 분위기와 맞다고 생각한다.
심해에서 고래가 내는 소리처럼
느껴본 적은 없지만 지진이 오기 전에 땅의 울음처럼
그렇게 책 내내 슬픔이 저 깊은 곳에서 요동치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그 속에 있는 울음을 밖으로 끌어내어 터트리는
그런 힘이 있는 작품이었다.
언니의 발제 덕분에 다시 한 번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두번째라, 후루룩 읽긴 했지만 에필로그에서는 또 다시 소름과 함께 눈물이 흘렀다.
발제문
1. 이 소설의 특징은 각 장이 다른 서술자 시점으로 전개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특징이 감상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한 사람의 시선으로만 따라가다보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몰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시야가 좁아질 수 밖에 없기도 하다. 여러 사람의 시선으로 볼 수 있었기에 더 넓은 관점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었다. 그리고 시점도 다 달랐기 때문에 사건의 전후 과정, 그 후의 결과까지 입체적으로 그 일을 바라볼 수 있었다는 것도 좋았다.
2. 가장 마음이 동하여 시선을 따라가게 된 서술자는 누구인가요? 책의 구성은 6장으로 되어있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장도 궁금합니다.
3. 1980년 5월 18일,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이 광주민주화운동을 대하는데 있어서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세 번째 질문으로 인해 서로 다른 경험과 교육의 차이를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다. 광주와 가까운 지역에서 자고 나란 친구는 이 사건에 대해서 날짜별로, 시간대별로 매우 자세하게 배우고 시험도 쳤다고 했다. 나와 다른 친구들은 이 사건을 배워야 할 여러 역사적인 흐름들 중 하나로 기억하고 있었다. 친구는 그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언니가 본인의 이야기를 하며 어머니가 제주도 출신이셔서 4.3 사건에 대해 매우 자세하게 알고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라고 하자 '아 그런 느낌이구나' 라고 공감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그 역사책 속의 하나의 사건이, 여러 개의 사진들이 문자들이 마음으로 다가오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4. 5.18 40주년을 맞았습니다. '일반 시민' 인 우리가 40년 전 그 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계속 관심을 가지고 기억하고 가까운 내 가족이 겪었던 일인 것 처럼 함께 마음아파해주는 것.
세월호 사건도 계속 기억해야 한다고 하는 이유가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지속적이고도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라는 걸 느꼈다. 기억하고 관심가지기!
5. 인간의 근원적인 본성이 있다고 보나요? 개인과 군중의 상호 관계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을 나워주세요.
근원적인 본성은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악하든, 선하든. 그리고 그걸 최대한 좋은 쪽으로 발현시키는게 교육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본성이 군중 속에서는 어떻게 나타날까. 그것은 역시 개인의 본성에 맡길 수 밖에 없다고 느꼈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군중 속에서 자신 속의 악마의 족쇄를 풀고 날뛰었던 사람이 있던 반면, 그렇지 않던 사람도 있었다. 잔인한 고문과 살인과 그런 것들이 어떤 경로로 그들 마음 속에서 정당화 될 수 있었는지..
6. 실제 역사를 다룬 작품(소설 외에도)을 보면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장르의 작품을 읽을때 독자로서 어떠한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7. 이외 역사, 혹은 현대사를 다룬 작품(소설 외에도)들 중 인상 깊게 본 작품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8. 소설은 '개인이 힘 있는 세력으로부터 부당하게 짓밟혀 갖게 된 해복될 수 없는 상처'를 이야기합니다. 각자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최근 주변에서 일어난 비슷한 사례, 이에 대처하는 가장 적당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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